유네스코가 지킨 인류의 기원, 이 동굴 안에는?
남아프리카의 동굴, 탄자니아의 협곡, 스페인의 철도 절개지에서 만나는 우리의 먼 조상

여행지를 고르는 이유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가끔은 아주 오래된 질문이 우리를 길 위로 이끕니다. 우리는 어디에서 왔을까. 인류의 기원을 따라가는 여행은 그 질문을 품고 떠나는 여행입니다. 그런데 막상 계획을 세우려 하면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중요한 유적들이 한 나라에 모여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륙이 다르고 기후가 다르며, 무엇을 어떻게 볼 수 있는지도 저마다 다릅니다. 어떤 곳은 땅속 동굴을 직접 걷는 현장이고, 어떤 곳은 화석을 모아 둔 박물관이 중심입니다. 이 차이를 모른 채 떠나면 도착해서 '생각했던 것과 다르다'고 느끼기 쉽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성격이 전혀 다른 세 곳을 나란히 놓고 천천히 걸어 보려 합니다.
도시에서 50km, 가장 쉬운 첫걸음
남아프리카공화국 가우텡주의 크래들 오브 휴먼카인드는 요하네스버그에서 북서쪽으로 약 50km 떨어진 석회암 동굴 지대입니다. 공식 이름은 '스테르크폰테인, 스바르트크란스, 크롬드라이와 그 주변의 화석 인류 유적지'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올라 있습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관광청은 이곳에 공식 화석 유적지가 13곳 있고, 세계 인류 조상 화석의 약 40%가 여기에 있다고 소개합니다. 물론 이 숫자는 관광청의 설명이라는 점은 기억해 둘 만합니다.
실제 화석 연구가 이루어진 스테르크폰테인 동굴을 걷고, 공식 방문자 센터인 마로펭에서 이야기를 정리하고, 시간이 남으면 자전거나 승마, 열기구 같은 야외 활동까지 더할 수 있습니다. 대도시에서 하루 일정으로 다녀올 수 있다는 점은 무엇보다 큰 장점입니다. 인류 기원 이야기를 처음 만나는 가족 여행자에게도 부담이 적은 입문 코스입니다.
돌을 깨던 손의 이야기가 남은 협곡
탄자니아의 올두바이 협곡은 '또 하나의 인류의 요람'으로 불립니다. 루이스 리키와 메리 리키 부부의 연구로 세상에 알려진 이곳에서 발견된 호미닌에는 '손 쓰는 사람'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부부는 이 종이 협곡에서 나온 수많은 석기를 만들었다고 보았습니다. 협곡은 보호구역인 응고롱고로 보전지역 안에 있어, 올두바이 협곡 박물관을 먼저 둘러본 뒤 가이드와 함께 유적지를 걷는 방식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올두바이의 매력은 화석의 생김새보다 '도구'에 있습니다. 그들이 무엇을 만들고 어떻게 살았는지가 궁금한 사람이라면 이곳에서 오래 머물고 싶어질 겁니다. 자연 경관과 야생동물까지 함께 보고 싶은 여행자에게도 잘 어울립니다. 다만 크래들과는 직선으로 약 3,200km 떨어져 있어 한 번의 여행에 이어 붙이려면 항공 이동을 따로 계산해야 하고, 보호구역 안이니 일정과 입장 방식은 반드시 공식 안내로 확인해야 합니다.
철도 공사가 열어젖힌 유럽의 긴 시간
스페인 북부 부르고스주의 아타푸에르카는 2000년 11월 30일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되었습니다. 스페인 관광청은 이곳을 유럽에서 초기 인류의 생활 방식 변화를 따라갈 수 있는 유일한 유적지라고 소개합니다. 이야기는 뜻밖에도 1899년의 철도 공사에서 시작됩니다. 선로를 내려고 땅을 파던 중 여러 유적이 우연히 모습을 드러냈고, 그 뒤 철도 절개지를 중심으로 발굴이 이어졌습니다.
발굴 현장은 부르고스 시내에서 약 18km 떨어진 외곽에 있지만, 화석은 시내의 인류진화박물관에서 볼 수 있습니다. 200점이 넘는 원본 화석 가운데 '미겔론' 두개골과 '엘비스' 골반, 주먹도끼 '엑스칼리버'가 대표 전시품입니다. 관광청 안내에 따르면 화요일부터 금요일은 10시부터 14시 30분, 16시 30분부터 20시까지, 토요일은 10시부터 20시까지, 일요일과 공휴일은 10시부터 15시까지 문을 열고 월요일은 쉽니다. 일반 입장료는 6유로입니다. 박물관이 시내에 있어 도시 여행과 묶기 좋고, 비 오는 날의 일정으로도 그만입니다.
박물관과 현장, 두 개의 시선
세 곳을 다 둘러보고 나면 한 가지가 분명해집니다. 박물관은 화석을 보여 주고, 현장은 그것이 왜 하필 거기서 나왔는지를 보여 준다는 것입니다. 박물관만으로도 인류의 이야기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현장에 서면 지형과 규모가 몸으로 느껴집니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둘을 함께 계획하는 것이 좋습니다.
몇 가지만 챙기면 여행이 훨씬 수월해집니다. 크래들은 도시에서 50km, 아타푸에르카 유적지는 부르고스에서 18km로 가깝게 느껴지지만, 대중교통이나 투어 연결은 미리 확인해 두어야 합니다. 아타푸에르카 박물관처럼 휴관일이 있는 곳은 휴관일부터 확인하고, 동굴과 야외 코스를 걸을 편한 신발과 겉옷도 챙기세요. 어린이와 함께라면 방문자 센터와 박물관이 있는 곳이 잘 맞지만, 동굴과 야외 코스에는 나이나 체력 조건이 있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세 곳은 대륙이 다릅니다. 처음에는 한 곳을 깊이 보는 편이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어디가 가장 유명한가보다, 내가 무엇을 보고 싶은가에서 출발하면 고르기가 쉬워집니다. 가볍게 시작하고 싶다면 크래들, 도구와 자연의 이야기를 원한다면 올두바이, 도시의 하루와 함께하고 싶다면 아타푸에르카. 어느 곳을 고르든, 수십만 년 전 누군가의 손이 쥐었던 돌 앞에 서는 순간 우리의 여행은 조금 더 긴 시간 속으로 들어가게 될 것입니다.
※ 운영 시간과 요금, 예약 방식은 바뀔 수 있으니 방문 전 각 기관의 공식 안내를 확인해 주세요.
참고 출처
- * South African Tourism, "Cradle of Humankind: the birthplace of the human family" 및 "Walk in the footsteps of our ancient ancestors at the Cradle of Humankind" (남아프리카공화국 관광청)
- * Smithsonian Magazine, "The Human Evolution World Tour" (미국)
- * Turismo Castilla y León, "Museo de la Evolución Humana" (스페인 카스티야 이 레온 관광청)
- * Spain.info, "Atapuerca" (스페인 관광청)
- * UNESCO World Heritage Centre, Archaeological Site of Atapuerca 등재 안내 (국제기구)
※ 본 칼럼의 썸네일 이미지는 AI 기술을 활용하여 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