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4일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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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하며 일하는 노련한 원격근무자가 매일 달력에 적는 이 숫자

비자 순위보다 먼저 세어야 하는 숫자, 183일에 대하여

여행하며 일하는 노련한 원격근무자가 매일 달력에 적는 이 숫자

노트북 하나를 들고 바닷가 카페에서 일하는 모습은 한때 소수의 낭만처럼 보였습니다. 이제는 이야기가 다릅니다. 미국의 프리랜서 지원 기업 MBO 파트너스의 2025년 조사에 따르면, 스스로를 디지털 노마드라고 답한 미국 노동자는 1,850만 명으로 전체의 약 12%에 이릅니다. 2019년보다 153% 늘어난 숫자입니다. 눈에 띄는 것은 회사에 다니면서 여행하며 일하는 사람이 1,120만 명으로 1년 새 10% 늘었다는 점입니다. 미국만 들여다본 조사지만, 여행하며 일하는 삶이 더 이상 프리랜서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흐름은 분명합니다.

나라들도 이 흐름에 발을 맞추고 있습니다. 국제 이민·비자 조사 기관 이미그런트 인베스트에 따르면 원격근무자 전용 체류 비자를 운영하는 나라는 50곳이 넘습니다. 유럽과 아메리카,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까지 대륙을 가리지 않지요. 그러니 "어느 나라가 일하기 가장 좋을까"라는 질문이 늘어나는 것도 당연합니다.

1위가 두 나라였던 해

흥미롭게도 2026년에 나온 두 순위는 서로 다른 나라를 1위로 꼽았습니다. 이미그런트 인베스트가 7월에 발표한 '디지털 노마드 비자 지수 2026'에서는 스페인이 1위였고 몰타, 포르투갈, 독일, 헝가리가 뒤를 이었습니다. 이 순위는 생활비와 세금 처리, 그리고 장기 거주로 이어지는 길을 비교했습니다. 유럽 원격근무 매체 리모트 워크 유럽은 유럽의 비자가 잠깐 머무는 것을 넘어 오래 사는 길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상위권의 이유로 꼽습니다. 스페인은 2023년 1월 '스타트업법'과 함께 원격근무자 비자를 만들었고, 원격근무 정보 사이트 웨어넥스트는 바르셀로나와 발렌시아, 마드리드, 그란카나리아섬의 라스팔마스를 대표적인 원격근무 도시로 꼽습니다.

반면 국제 법률 회사 패스포티비티가 4월에 발표한 지수에서는 뉴질랜드가 1위였고 도미니카, 몰타, 호주, 말레이시아가 그 뒤를 이었습니다. 이 순위는 48개 나라를 소득 기준과 생활비, 안전, 인터넷, 영어 사용으로 비교했는데, 뉴질랜드는 낮은 소득 기준과 뛰어난 안전·인터넷 환경 덕분에 1위에 올랐습니다. 뉴질랜드는 2025년 1월부터 방문 비자로도 원격근무를 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꾸었다고 합니다. 같은 순위에서 지역별 1위는 유럽은 몰타, 아시아는 말레이시아, 북아메리카는 코스타리카, 남아메리카는 아르헨티나였습니다.

두 순위가 다른 까닭은 '좋은 나라'를 재는 자가 달랐기 때문입니다. 한쪽은 오래 살고 싶은 사람의 눈으로, 다른 쪽은 쉽게 들어가 부담 없이 일하고 싶은 사람의 눈으로 나라들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러니 순위를 볼 때는 1위가 어디인지보다 그 순위가 무엇을 재었는지를 먼저 읽어야 합니다.

소득 기준의 흐름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리모트 워크 유럽에 따르면 유럽 비자의 월 소득 기준은 전반적으로 오르고 있어, 에스토니아는 월 4,500유로, 포르투갈은 3,680유로, 스페인은 2,849유로를 요구합니다. 반대로 웨어넥스트에 따르면 말레이시아의 '디 라우' 디지털 노마드 패스는 월 약 2,000달러가 기준입니다. 패스포티비티도 비용이 감당할 만한 나라가 인기를 얻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소득 기준은 해마다 바뀌니 신청 전에는 꼭 각 나라 정부의 공식 안내를 확인해야 합니다.

달력에 적는 숫자, 183

그런데 노련한 원격근무자들이 비자 종류보다 먼저 챙기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달력에 적는 숫자입니다. 많은 사람이 노마드 비자를 받으면 세금 문제도 함께 해결된다고 생각하지만, 법률 정보 사이트 프라이빗 로는 노마드 비자가 "살 권리를 주는 것이지, 세금 휴가를 주는 것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합니다.

세금을 어디에 내는지는 보통 '세금상 거주자'인지로 정해지고, 많은 나라가 쓰는 기본 기준은 한 해에 그 나라에 183일 이상 머물렀느냐입니다. 183일, 대략 여섯 달입니다. 영국의 국제 급여 회사 액세스 파이낸셜은 오래 머물수록 세금상 거주지가 바뀌어 그 나라의 세금 의무가 생길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처리 방식도 나라마다 다릅니다. 조세 정보 사이트 택스 헤이븐 디렉터리에 따르면 크로아티아는 노마드 비자 소지자의 해외 원격근무 소득에 소득세를 매기지 않고, 스페인에는 조건을 갖춘 사람이 최대 6년 동안 비거주자처럼 세금을 낼 수 있는 제도가 있습니다. 하지만 프라이빗 로는 유럽에서 노마드 비자가 대부분 조세 거주로 이어진다고 설명합니다. 떠나온 나라의 규칙도 살펴야 합니다. 미국 세무 회사 택스포엑스팻은 미국 시민은 해외에 살아도 전 세계 소득을 신고해야 한다고 안내합니다. 같은 여섯 달이라도 어디에 머무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는 이유입니다.

떠나기 전에 나누어야 할 대화

여행하며 일하는 삶을 오래 이어 가려면 몇 가지 대화를 먼저 나누어 두는 것이 좋습니다. 하나는 회사와의 대화입니다. MBO 파트너스의 조사에서 회사에 다니는 노마드의 13%는 회사가 자신의 해외 근무를 모른다고 답했습니다. 액세스 파이낸셜은 직원의 해외 근무가 회사에도 세금과 사회보험 문제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또 하나는 비자에 대한 정직한 확인입니다. 많은 나라에서 관광 목적으로 들어가 몇 달씩 일하는 것은 규정에 맞지 않을 수 있으니, 오래 머문다면 원격근무를 허락하는 체류 자격을 확인해야 합니다. '세금 없는 비자'라는 광고만 믿는 것도 위험합니다. 혜택에는 대부분 조건과 기간이 붙어 있으니까요.

일상의 감각도 중요합니다. 회사나 고객과 회의하는 시간에 그 나라가 한밤중이라면 오래 버티기 어렵습니다. 웨어넥스트도 나라를 고를 때 인터넷 속도와 시간대를 주요 기준으로 봅니다. 짧은 여행자 보험은 몇 달 넘는 체류를 보장하지 않을 수 있으니 장기 체류용 보험도 따로 알아보는 편이 좋습니다. 비자 제도는 계속 새로 생기고 바뀝니다. 패스포티비티에 따르면 슬로베니아도 2025년 말 노마드 비자를 새로 만들었습니다.

결국 일과 여행이 만나는 삶에서 가장 든든한 도구는 화려한 순위표가 아니라, 나라별로 머문 날을 꼼꼼히 적어 둔 작은 달력일지도 모릅니다. 순위보다 나에게 맞는 기준으로, 오래 즐길 수 있는 곳을 찾아가는 일. 그 출발점은 생각보다 소박한 숫자 하나에서 시작됩니다.

※ 이 글은 일반 정보이며 법률·세무 상담이 아닙니다. 비자 조건과 세법은 나라마다 다르고 자주 바뀌니, 결정 전 각 나라의 공식 안내를 확인하고 전문가와 상담해 주세요.

참고 출처

  1. Digital Nomads — State of Independence 2025 (MBO Partners, 미국)
  2. Remote Work & Digital Nomad Statistics 2026 (Stealth Agents, 미국 / MBO Partners 2025 조사 인용)
  3. Digital Nomad Visa Index 2026 (Immigrant Invest, 국제 이민·비자 조사 기관, 2026-07-08)
  4. Digital Nomad Visa Index 2026: Spain tops global rankings (Remote Work Europe, 유럽)
  5. 48 Countries for Remote Workers in 2026: Passportivity Digital Nomad Visa Index (The National Law Review, 미국 / 패스포티비티 발표, 2026-04-23)
  6. Best Digital Nomad Visas 2026 (WhereNext, 원격근무 정보 사이트)
  7. Best Countries for Digital Nomads 2026 (WhereNext, 원격근무 정보 사이트)
  8. Digital Nomad Visas for 2026: What Legal Advisors Should Watch (Armenian Lawyer, 아르메니아)
  9. Digital Nomad Visas 2026: Overview of 50+ Countries (Private.law, 국제 법률 정보)
  10. Digital nomad visa (Access Financial, 영국, 2026-08-14)
  11. Digital nomad visas 2026: list and tax implications (Tax Haven Directory, 영국)
  12. Digital nomad visa countries in 2026 (Taxes for Expats, 미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