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4일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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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0년 숨어 있던 색, 빛을 비추자 나타났다.

순백의 대리석? 파르테논은 원래 알록달록했다.

2,500년 숨어 있던 색, 빛을 비추자 나타났다.

고대 그리스 조각은 왜 하얄까요? 많은 사람에게 이 질문은 이상하게 들립니다. "원래 하얀 대리석이니까"라는 답이 너무 당연해 보이기 때문입니다.

이 글은 그 '당연한 답'을 다시 살펴봅니다. 2023년에 발표된 연구, 그리고 여러 나라 박물관과 연구 기관의 자료를 바탕으로 정리했습니다. 마지막에는 박물관에서 직접 확인해 볼 수 있는 여행 팁도 담았습니다.

  • 우리가 알던 상식: "그리스 조각은 원래 하얗다"
  • 왜 모두가 하얗다고 믿었을까요?

박물관의 그리스 조각은 대부분 하얗습니다. 땅속에 묻히고 비바람을 맞는 동안 물감이 거의 다 벗겨졌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남아 있는 모습을 원래 모습이라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18세기 독일의 미술사학자 요한 요아힘 빙켈만(Johann Joachim Winckelmann)은 1764년 고대 미술사 책을 펴냈습니다. 그는 아름다움을 판단할 때 색은 작은 역할만 한다고 보았습니다. 이후 '하얀 대리석'은 고전미의 상징이 됐습니다.

저희 생각: 예전 사람들이 어리석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들은 눈앞에 보이는 증거로 판단했습니다. 다만 그때는 보이지 않는 물감을 찾아낼 도구가 없었을 뿐입니다.

  • 새로 밝혀진 사실: 빛으로 찾아낸 '이집트 블루'
  • 처음 의문을 품은 사람들

그리스 조각에 색이 칠해져 있었다는 주장 자체는 오래전부터 있었습니다. 독일의 고고학자 빈첸츠 브링크만(Vinzenz Brinkmann)은 1980년대 초부터 고대 조각의 색을 연구했습니다. 그가 만든 순회 전시 '신들의 색(Gods in Color)'은 여러 나라 도시를 돌며 색을 입힌 복원 모형을 보여 주었습니다.

그리스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 박물관에서도 2008년, 파르테논 서쪽 프리즈(띠 모양 조각)의 말 탄 사람 조각에서 초록빛 물감이 확인됐습니다.

하지만 영국 런던의 영국박물관(British Museum)에 있는 파르테논 조각은 달랐습니다. 수백 년 동안 수많은 학자가 살펴봤지만, 물감 흔적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연구팀은 어떻게 조사했을까요?

2023년 10월, 국제 고고학 학술지 『앤티쿼티(Antiquity)』에 새 연구가 실렸습니다. 연구에는 영국박물관, 영국 킹스칼리지런던(King's College London), 미국 시카고 미술관(Art Institute of Chicago)의 연구자들이 참여했습니다. 연구를 이끈 사람은 보존과학자 조반니 베리(Giovanni Verri) 박사입니다.

연구팀은 '가시광 유도 발광 촬영(VIL)'이라는 방법을 썼습니다. 베리 박사가 2007년에 개발한 기술입니다.

  • 무엇을 했나요? 조각에 붉은빛이나 초록빛을 비춥니다.
  • 어떻게 보이나요? '이집트 블루'라는 물감은 이 빛을 받으면 적외선을 내보냅니다. 그래서 특수 카메라 화면에서는 하얗게 빛나는 점으로 보입니다.
  • 장점은요? 조각을 긁거나 떼어 낼 필요가 없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작은 흔적도 찾을 수 있습니다.
  • 무엇이 나왔을까요?

결과는 연구팀의 기대보다도 컸습니다.

  • 박공 조각 17점 중 11점과 프리즈 조각 1점에서 이집트 블루가 나왔습니다. (박공: 신전 지붕 아래 삼각형 부분)
  • 무지개의 여신 이리스(Iris)의 허리띠, 뱀처럼 생긴 다리를 가진 인물, 태양신 헬리오스(Helios)가 솟아오르는 파도의 물마루에서 파란색이 확인됐습니다.
  • 파란색은 특히 옷, 그중에서도 무늬를 짜 넣은 옷감에 많이 남아 있었습니다.
  • 파란색 말고도 흰색 물감 두 종류와 보라색 물감의 흔적도 나왔습니다.
  • 놀랍게도 조각의 뒷면에서도 물감이 발견됐습니다. 신전에 설치하면 아무도 볼 수 없는 부분입니다.
  • '이집트 블루'는 어떤 물감일까요?

이집트 블루는 칼슘, 구리, 규소로 만든 인공 물감입니다. 기원전 3000년쯤 이집트에서 이미 쓰였습니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에서는 사실상 유일한 파란색 물감이었습니다. 다른 물감과 섞어 살색, 갈색, 회색을 만들 때도 쓰였습니다.

왜 중요할까요? 연구팀은 조각가들이 처음부터 색칠할 것을 생각하며 돌을 깎았다고 보았습니다. 양털, 피부, 리넨처럼 서로 다른 질감을 돌에 새기고, 그 위에 색을 더해 완성했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완성작'이라고 믿었던 하얀 조각은, 사실 색이 빠진 상태였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 뜻밖의 반전: 색을 지운 것은 시간만이 아니었어요
  • "원래 하얬을 것"이라는 믿음이 만든 일

킹스칼리지런던은 연구 발표에서 한 가지 사실을 함께 짚었습니다. 과거의 복원 작업이 '원래는 하얬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남아 있던 물감을 지운 경우가 많았다는 점입니다.

가장 잘 알려진 사례는 1937~1938년 영국박물관의 세척 작업입니다.

  • 당시 미술품 거래상 조지프 듀빈(Joseph Duveen)은 파르테논 조각을 전시할 새 전시실 건립을 후원했습니다.
  • 그는 조각을 더 하얗게 보이게 하려는 세척을 원했습니다.
  • 일부 조각은 구리 도구와 연마제로 긁어 닦였습니다.
  • 이 작업은 약 15개월 이어졌고, 1938년 9월 박물관장이 알게 된 뒤 중단됐습니다.
  • 이 일은 약 60년 동안 널리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1998년 영국 역사학자 윌리엄 세인트클레어(William St Clair)의 연구로 공개됐습니다. 영국박물관 이사회도 당시 일부 조각이 지나치게 세척됐다고 인정했습니다.

저희 분석: 이 일은 특정 박물관을 비난하기 위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아름다움에 대한 믿음'이 과학보다 앞설 때 어떤 일이 생기는지를 보여 주는 사례입니다. 오늘날 비파괴 촬영 기술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이제는 조각을 건드리지 않고 숨은 색을 찾을 수 있게 됐습니다.

아직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

다만 파르테논 조각의 원래 모습을 완전히 되살리는 것은 아직 어렵습니다. 연구팀도 이 점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 VIL 촬영은 이집트 블루만 찾아낼 수 있습니다. 다른 색은 대부분 알 수 없습니다.
  • 이집트 블루는 다른 물감과 섞여 쓰이기도 했습니다.
  • 보라색 물감은 어떤 재료로 만들었는지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 아무도 볼 수 없는 뒷면까지 칠한 이유도 확실하지 않습니다. 신전에 설치하기 전에 색칠했다는 증거로 보는 시각이 있습니다. 신들에게 바치는 정성이었다는 해석도 나왔습니다.

확신 정도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확인됨: 파르테논 조각에 이집트 블루 등 물감이 칠해져 있었다는 사실
  • 유력함: 조각가들이 처음부터 색칠을 염두에 두고 조각했다는 해석
  • 아직 모름: 조각 전체가 어떤 색으로, 얼마나 화려하게 칠해져 있었는지
  • 조각의 고향, 그리스 아테네의 파르테논

이 조각들의 원래 자리는 그리스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 언덕에 있는 파르테논 신전입니다. 파르테논은 아테네의 수호 여신 아테나에게 바친 신전입니다. 기원전 447~432년에 지어졌고, 조각가 페이디아스(Pheidias)가 조각 작업을 이끌었습니다. 아크로폴리스는 1987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습니다.

19세기 초, 당시 오스만 제국 주재 영국 대사였던 엘긴 경(Lord Elgin)이 남아 있던 조각의 약 절반을 영국으로 옮겼습니다. 이 조각들은 1816년부터 영국박물관이 소장하고 있습니다.

그리스는 오랫동안 조각의 반환을 요구해 왔습니다. 그리스 매체 토 비마(To Vima)는 2026년 9월 23일, 영국 일간지 데일리 텔레그래프를 인용해 양측의 협상이 사실상 멈췄다고 전했습니다. 같은 보도에 따르면 영국박물관은 그리스와의 대화를 계속 '건설적'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글은 소유권 논쟁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않습니다. 여행자에게 중요한 사실은, 지금 파르테논 조각이 아테네와 런던 두 곳에 나뉘어 전시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 여행 팁: 박물관에서 '사라진 색'을 찾아보세요
  • 그리스 아테네 · 아크로폴리스 박물관
  • 어떤 곳인가요? 2009년에 문을 연 박물관입니다. 유네스코에 따르면 아크로폴리스 유적의 원래 조각과 건축 부재 대부분이 이곳에 보존돼 있습니다.
  • 2층 아르카익(Archaic) 전시실: 원래 색이 조금 또는 많이 남아 있는 조각들이 있습니다. 박물관은 2012년부터 2024년 8월까지 '아르카익 컬러(Archaic Colours)' 프로그램으로 이 색들을 연구하고 소개했습니다. 옷 가장자리의 무늬, 머리카락, 눈동자 주변을 가까이 살펴보세요.
  • 3층 파르테논 전시실: 파르테논 조각을 신전에 붙어 있던 순서대로 볼 수 있습니다.
  • 추천 순서: 2층에서 색이 남은 조각을 먼저 보고 3층으로 올라가 보세요. 하얀 파르테논 조각도 원래는 색이 있었다는 사실이 훨씬 실감 납니다. (편집팀 제안)
  • 영국 런던 · 영국박물관 18번 전시실
  • 어디인가요? 파르테논 조각은 18번 전시실(Room 18)에 있습니다. 이 방은 앞에서 이야기한 '듀빈 전시실(Duveen Gallery)'입니다.
  • 무엇을 보면 좋을까요? 전시실 양 끝에는 박공 조각이 있습니다. 그중 무지개의 여신 이리스를 찾아보세요. 이번 연구에서 허리띠에 파란 물감이 확인된 인물입니다.
  • 운영 정보: 박물관 공식 안내 기준으로 매일 10:00~17:00(금요일은 20:30까지) 문을 엽니다. 사전 예약을 권장합니다.
  • 아크로폴리스 언덕에서 볼 것
  • 파르테논 신전에서 유난히 새하얀 돌을 보셨나요? 그 상당수는 복원 작업에 쓰인 새 대리석입니다.
  • 유네스코에 따르면 복원팀은 1975년부터 고대와 같은 펜텔리(Penteli) 산에서 캐낸 대리석으로 부서진 부분을 보수하고 있습니다.
  • 즉, 지금 우리가 보는 '하얀 파르테논'에는 새 돌의 하얀색도 섞여 있습니다.
  • 색을 입힌 복원 모형 전시
  •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2022년 '크로마(Chroma)' 전시에서 색을 입힌 그리스·로마 조각 복원 모형 17점을 선보였습니다.
  • 브링크만의 '신들의 색' 전시도 여러 나라를 순회했습니다.
  • 이런 전시는 기간과 장소가 계속 바뀝니다. 여행지의 박물관 일정을 미리 확인해 보세요.
  • 실전 팁 · 자주 하는 실수 · 주의사항
  • 실전 팁
  • 사진보다 '눈'을 먼저 쓰세요. 이집트 블루는 맨눈으로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대신 옷 주름과 무늬의 새김을 보세요. 색칠을 위해 다듬은 질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 연구 사진을 미리 저장해 가세요. 연구 기관이 공개한 '빛나는 파란 점' 사진을 휴대전화에 담아 가면, 실제 조각과 비교하며 볼 수 있습니다. (편집팀 제안)
  • 오디오 가이드를 활용하세요. 영국박물관 18번 전시실은 오디오 가이드를 제공합니다. 아크로폴리스 박물관도 고고학자 해설 프로그램을 운영한 적이 있으니 현장에서 확인해 보세요.
  • 자주 하는 실수
  • "색이 안 보이니 원래 없었다"고 생각하기. 보이지 않는 것과 없었던 것은 다릅니다.
  • 복원 모형을 '정답'으로 받아들이기. 복원 모형은 연구를 바탕으로 한 추정입니다. 파르테논 조각의 전체 색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 한 곳만 보고 끝내기. 파르테논 조각은 아테네와 런던에 나뉘어 있습니다. 한 곳만 보면 이야기의 절반만 보는 셈입니다.
  • 주의사항
  • 조각을 절대 만지지 마세요. 손의 기름과 땀은 남아 있는 미세한 물감에도 해가 될 수 있습니다.
  • 촬영 규칙을 지키세요. 플래시나 촬영 허용 여부는 박물관과 전시실마다 다릅니다. 현장 안내를 따르세요.
  • 운영 정보는 바뀔 수 있습니다. 방문 전에 각 박물관 공식 사이트에서 시간과 예약 방법을 꼭 확인하세요.

자주 묻는 질문 (FAQ)

박물관에 가면 파란 물감을 맨눈으로 볼 수 있나요?

거의 어렵습니다. 이번에 찾은 흔적은 특수 촬영으로만 보일 만큼 작습니다. 대신 아테네 아크로폴리스 박물관 2층의 아르카익 조각에서는 맨눈으로도 색 흔적을 볼 수 있는 조각들이 있습니다.

그럼 파르테논 조각은 원래 어떤 색이었나요?

아직 정확히 모릅니다. 확인된 것은 파란색, 흰색, 보라색 물감의 흔적입니다. 연구팀도 지금 단계에서 원래 모습을 완전히 복원하는 것은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아테네와 런던 중 어디부터 가면 좋을까요?

일정에 따라 고르시면 됩니다. 아테네에서는 조각과 원래 신전을 함께 볼 수 있고, 색이 남은 다른 조각도 볼 수 있습니다. 런던에서는 이번 연구의 대상이 된 조각을 직접 볼 수 있습니다. 두 곳을 모두 가 보면 이야기가 하나로 이어집니다.

결론 및 요약

① 2023년 『앤티쿼티』에 실린 연구에서, 영국박물관의 파르테논 박공 조각 17점 중 11점과 프리즈 조각 1점에서 이집트 블루 물감이 확인됐습니다. ② 색이 사라진 데에는 시간뿐 아니라 "원래 하얬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한 과거의 세척과 복원도 영향을 주었습니다. ③ 그리스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 박물관과 영국 런던의 영국박물관 18번 전시실에서 '사라진 색'의 단서를 직접 찾아볼 수 있습니다.

오늘 바로 해 볼 일: 가려는 박물관의 공식 사이트에서 전시실 위치와 예약 방법을 확인하고, 연구 기관이 공개한 이집트 블루 사진을 휴대전화에 저장해 두세요.

2,500년 전 조각가들은 돌에 색을 입혀 신들의 옷을 완성했습니다. 다음에 하얀 조각 앞에 서면, 그 위에 있었을 보이지 않는 색을 한번 상상해 보세요. 같은 조각이 전혀 다르게 보일 거예요.

※ 본 글은 일반 정보입니다. 박물관 운영 시간, 전시 위치, 예약 방법은 바뀔 수 있으니 방문 전 각 기관의 최신 공식 안내를 확인해 주세요.


참고 출처

  1. Verri G. et al., 파르테논 조각의 채색·조각 기법 연구 (Antiquity, Cambridge University Press, 영국, 2023-10, doi:10.15184/aqy.2023.130)
  2. Scientific analysis reveals the true colours of the Parthenon Sculptures (King's College London, 영국, 2023-10-11)
  3. Science Notes: Determining the textures and colours of the Parthenon Sculptures (The Past / Current Archaeology, 영국, 2023-10-29)
  4. Room 18 Greece: Parthenon (British Museum 공식 안내, 영국)
  5. 'Egyptian blue' found on Parthenon sculptures at the British Museum (CNN, 미국 국제 방송, 2023-10, ABC 17 News 재게재)
  6. New Research Reveals the Vibrant Paint That Once Decorated the Parthenon Marbles (Smithsonian Magazine, 미국, 2023-10)
  7. Traces of Colorful Paint Detected on Parthenon Sculptures (Archaeology, Archaeological Institute of America, 미국, 2023-10-13)
  8. After 60 Years, Damage Caused by British Museum Restorers to the Elgin Marbles is Finally Made Public (Biblical Archaeology Society, 미국)
  9. We know Greek statues weren't white. Now you can see them in color (NPR, 미국, 2022-07-12)
  10. Acropolis, Athens (UNESCO World Heritage Centre, 국제기구)
  11. Archaic Colours (Acropolis Museum 공식 안내, 그리스)
  12. Telegraph: Parthenon Marbles Talks Collapse (To Vima International Edition, 그리스, 2026-09-23)
  13. With 2,000 Thefts, the British Museum Faces a Historic Crisis (Greek Reporter, 그리스, 2023-09-07)
  14. Ancient Greeks painted their gods in vibrant colours (Neos Kosmos, 호주, 2018-01-25)

※ 본 칼럼의 썸네일 이미지는 AI 기술을 활용하여 제작되었습니다.